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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수 기자 | 기사입력 2025/03/21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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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수 기자 | 입력 : 2025/03/21 [02:42]
▲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한국경쟁 선정작 10편을 공개했다. 사진은 성스러운 감독의 '여름의 카메라' 스틸. /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한국경쟁 극영화 9편, 다큐멘터리 1편 총 10편 선정
프로그래머 3인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심사"
'LGBTQ'·'여성 연대극 내포한 유사 가족' 소재 강세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한국경쟁 선정작 10편을 공개했다.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3인은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심사였다"고 평했다.
21일 전주국제영화제에 따르면, 심사위원들의 심도 있는 심사를 거쳐 극영화 9편과 다큐멘터리 1편, 총 10편을 최종 선정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된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공모에는 165편의 영화가 접수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은 장르의 구분 없이 감독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을 소개하는 섹션으로,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신인 감독들의 등용문으로 매년 주목받고 있다.
제22회 한국경쟁 대상 '성적표의 김민영', 제23회 한국경쟁 대상 '정순', 제25회 한국경쟁 대상 '힘을 낼 시간' 등 그간 한국경쟁을 거친 다양한 작품들은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거나 국제적으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그 빛나는 작품성을 입증받아왔다.
올해 한국경쟁 심사에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문석, 문성경, 전진수 프로그래머 3인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은 "이번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심사는 역대급이었다"며 "출품작의 숫자도 증가했지만, 영화의 질적 수준이 전반적으로 올라 10편을 선정하는데 매우 어려웠다"고 극찬했다.
▲ 박준호 감독의 '3670' 스틸. /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한국경쟁의 가장 두드러지는 키워드로 'LGBTQ'와 '여성 연대극을 내포한 유사가족'을 꼽았다.
'LGBTQ'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아직 성정체성에 의문을 품은 사람(Questioner)를 합해 부르는 단어다.
심사위원들은 "LGBTQ 관련 영화는 한국단편경쟁에서도 강세를 보였다"며 "과연 한국 사회의 내밀한 변화가 자연스레 영화에 반영된 것인지, 영화인들의 희망이 투영된 것인지, 아니면 LGBTQ라는 소재를 영화제가 선호할 것으로 생각한 감독들의 의도 탓인지는 두고 볼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준호 감독의 '3670'은 일명 한국 사회의 '초아웃사이더'라고 할 수 있는 탈북 게이 청년 철준이 탈북자 커뮤니티와 동성애 커뮤니티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감과 함께 그의 사랑을 다루는 멜로영화다. 주인공인 여고생 여름이 학교 친구에게 느끼는 설렘과 아빠의 비밀스러운 과거를 엮은 성장 이야기인 성스러운 감독의 '여름의 카메라'는 상큼하고 희망찬 분위기가 특징이다.
▲ (왼쪽부터) '생명의 은인', '숨비소리', '캐리어를 끄는 소녀'. /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영화제의 단골 메뉴인 유사가족 이야기는 올해 여성 연대극과 결합했다. 심사위원들은 "미투 사건 이후 전주를 비롯한 여러 영화제와 주류 영화계에서도 선보였던 여성 영화가 이런 방향으로 발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방미리 감독의 '생명의 은인'은 보육원 퇴소를 앞두고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세정이 어릴 적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주장하는 중년 여성 은숙을 만나 사기당한 전세 보증금을 받기 위해 동행하는 여정을 그린다. 이은정 감독의 '숨비소리'에서는 한 가족 3대의 여성들이 연대하며 삶을 꾸려간다. 윤심경 감독의 '캐리어를 끄는 소녀'는 양부모에게 버려진 15세 소녀 영선이 부잣집 딸 수아의 테니스 코치를 하며 그의 엄마 지영과도 가까워지는 이야기다.
정기혁 감독의 '97 혜자, 표류기'와 김준석 감독의 '그래도, 사랑해.'는 배우들의 힘과 훌륭한 앙상블을 보여주는 영화다. '97 혜자, 표류기'는 서울의 보험사 콜센터에서 일하는 '부산 상여자' 혜자의 로드무비다. '그래도, 사랑해.'는 주인공 연극 부부를 통해 예술과 삶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조현서 감독의 '겨울의 빛'은 가족의 형편과 미래에 대한 의문을 안고 학교 밖으로 나가려 하는 고등학생 소년 다빈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태윤 감독의 '아방'은 고향인 제주도를 떠나 서울로 이주하려는 청년 윤이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에 진출한 다큐멘터리, 이은희 감독의 '무색무취'. /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에 진출한 다큐멘터리는 단 1편뿐이다. 심사위원들은 "소재나 만듦새가 나쁘지 않은 다큐멘터리가 많았지만 다소 상투적인 내러티브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고 소재를 잘 부각시키지 못하는 작품도 있었다"며 "출품작 중 이은희 감독의 다큐멘터리 '무색무취'는 소재나 만듦새가 모두 완성도 높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무색무취'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조명한다. 공장에서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에 노출돼 온 재해 피해 노동자들의 업무 기록과 아카이브 자료를 바탕으로 빈번히 발생하는 산업재해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는다.
심사위원들은 "주류 영화산업의 침체가 독립영화계에 악영항을 미치고 있는 데다가 각종 지원마저 줄어들고 있는 녹록지 않은 실정에 질적으로 훌륭한 작품들이 다수 출품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영화를 보내온 모든 창작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또 "정부가 지원금을 축소하는 등 닥쳐온 재정난에 여러 영화제가 표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전주국제영화제의 책임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전주국제영화제를 기점으로 한국영화가 불꽃을 태우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를 비롯한 전주시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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